최근에 내가 회사의 프로세스를 지키지 않고 일을 처리했던 상황이 있었다.

이 글을 회사 사람들이 본다면 기억이 날 만한작업들이 몇몇 있을 것인데, QA를 거치지 않거나 배포 사인이 떨어지지 않았음에도 배포하여 문제가 됐었다. 다시 이런 판단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내가 그 당시에 왜 이런 판단을 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었다.

일단 그 당시로 돌아가면, 내 생각에는 백엔드의 로직만 바뀌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작업자인 내가 셀프 QA를 거쳐서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괜찮을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일단 배포할게요~

그 이유는 셀프 QA로 프로덕트 전체를 QA 할 수 없고, 백엔드 작업이라 하더라도 데이터가 달라진다면 프로덕트에 영향이 분명 미칠 것이다. 어떤 사소한 작업이더라도 내가 그 작업의 사이드 이펙트를 온전히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매우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배포에 대한 판단을 나 혼자만의 판단으로 결정하면 안됐던 것이다. 애초에 백엔드 개발자인 나에게는 배포를 할지 말지 결정할 수 있는 그런 힘이 주어져서는 안된다.

스파이더맨의 삼촌이 말했듯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그 당시에 내가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를 더 생각해보면, 그 판단의 기저에는 내가 이 회사에 오래 다녔으니까 라는 생각에서 기인한 근자감 혹은 자만심이 있었던 것 같다. 이제 이 회사에서 일을 한지 3년이 넘어가고 있는데, 나름 오래 다니면서(?) 많은 일을 했고, 남들이 알고 있지 못한 과거 히스토리를 알고 있었다. 경험상 비슷한 판단을 과거에 했을 때 문제가 안되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을 가졌던 것 같다.

분명히 프로세스는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프로세스는 우리가 일을 더 잘하기 위해 만든 것이고, 모두가 지켜야만 의미가 있는 것이다. 때로는 일을 빨리 하기 위해, 일의 효율을 위해 융통성이라는 이름으로 그 프로세스를 무시하는 일이 생길 수 있는데 그렇게 쌓은 모래성은 빨리 높게 쌓일 수 있어도 파도 한 번에 무너지기 마련이다. 나는 그런 모래성이 아니라 부르즈 할리파같이 견고하고 단단한 프로덕트를 만들고 싶다.

정말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면 융통성이라는 그럴듯한 포장이 없어도 프로세스 안에서 빛나는 사람이 아닐까...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글을 다 쓰고 읽어보니, 어쩌면 위에 써놓은 내용은 핑계고 그냥 내가 못난 사람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그럴 수도 있겠다라고 자문자답을 해버렸다. 그렇다면 난 어떻게 해야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