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누워있으면
유독 중력이 느껴진다.

다른 감각들은 무감각해지고
유독 중력만이 나를 짓누른다.

아니 짓누른다기보다 지면에서
유독 중력만이 나를 잡아당긴다.

계속 누워있다간 내 몸은 차가운 콘크리트를 뚫고
이 거대한 힘의 중심으로 빨려 들어갈 것이다.

나는 알고 있다.
이 힘의 근원인 거대한 존재가
나의 용도 중 가장 마지막의 것을 사용하려는 것임을.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한다.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입으로 천천히 내뱉는다.

한 번의 들숨에 나의 피가 돌고 있음을 깨닫고,
한 번의 날숨에 나의 감각들이 살아 있음을 깨닫고,
또 한 번의 들숨에 내 근육이 움직이고 있음을 깨닫고,
또 한 번의 날숨에 내 정신이 온전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를 광활한 대지 속으로 빨아들이던 힘은 점차 무기력해져 간다.

미세하고 정밀하게 근육들을 사용해 몸을 일으켜 세운다.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던 거대한 힘에 저항이라도 하듯
나는 끝없는 지면을 밟고 수직으로 일어섰다.

중력은 아직도 나를 지배하고 있지만
더는 나를 집어삼키도록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