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해도 괜찮았던 3주간의 도전이 끝이 났다. 내가 정말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꽤 많이 했던 도전이었는데 어찌어찌 하다보니 이미 자전거 위에 내 몸은 춘천에 와있었다. 살면서 도전을 많이 해본 사람은 아니었던지라 나에겐 꽤 큰 도전이었다.

어쩌다 이걸...

그날도 어김없이 퇴근을 하고 페이스북 피드를 무한히 내리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무중력 지대 페이지에서 포스팅한 이 프로젝트의 포스터를 발견하게 되었다.

실패해도 괜찮아

참가자격이 자신의 한계를 이겨내고 동료들과 도전하고 싶은 청년이었는데 요즘 나의 생각과 너무나 일치해서 눈길이 갔다. 요즘 나는 무엇인가 도전해보고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날이 슬슬 풀리면서 작년에 나름 열심히 탔던 자전거를 다시 타고 있었는데 맨날 뭔가 더 멀리 더 오래 타고 싶은데... 라는 생각을 했었기에 더욱 관심이 가게 됐다.

하지만 난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소심이여서 이 프로젝트 신청을 앞두고 고민을 매우 많이 했는데, 괜히 신청했다가 너무 힘들어서 중간에 포기한다면 나에게 더욱 실망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는 도전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또다시 회피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 것이 더욱 무서웠던 것 같다. 이 프로젝트의 이름대로 정말 실패해도 괜찮은데 말이다.

그래서 신청을 안 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렇게 마음먹고 여자친구에게 이런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그냥 안 하기로 했어. 라고 말했더니 여자친구는 그래도 한번 해보는 것이 어때? 라고 나에게 다시 생각해볼 것을 권유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생각을 해봤는데 매번 이렇게 피해서는 어떤 것도 이루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 한번 해보자는 생각을 하고 다시 신청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고민의 시간이 길어져서 어느새 신청 기간이 지나있었다.

이런!!! 이놈의 우유부단한 성격 때문에 이번에도!!!!!

그렇게 나 자신을 책망하며 있었는데 추가모집을 한다는 포스팅을 보게됐다.(운명인가!) 이번에는 고민하다가 기회를 놓칠 수 없다고 생각해서 추가모집 마지막 날에 신청해버렸다.

그렇게 난 실패해도 괜찮아에 참가하게 되었다.

포스터에 나와있는 것 처럼 총 4번의 만남이 전부였다. 워크샵과 3번의 라이딩으로 리이딩은 각각 50Km, 70Km, 120Km로 계획되어 있었다.

워크샵

워크샵은 추가모집 덕분에 미뤄져서 첫 라이딩 날 하루 전에 진행됐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 퇴근하고 부랴부랴 가는데 저번에 가봤던 무중력 지대였지만 길을 헤매는 덕분에 조금 늦어버렸다. 사실 처음엔 사람이 꽤 많지 않을까 생각을 했는데, 가보니 나를 포함해 5명이 있었다. 그중 2명은 스탭이니 참가자가 3명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도 3명이 워크샵에 참가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적은 인원이라 생각이 되었는데, 난 실패해도 괜찮아가 꽤나 매력있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의외였다.

그렇게 첫날은 간단한 자기소개와 프로젝트 소개, 라이딩 시 유의할 점 그리고 3주간 라이딩할 코스를 소개해줬다. 그렇게 워크샵이 끝이나고 돌아가는 길에 3주차에 춘천까지 가는 길의 120Km라는 거리가 얼마나 멀지 상상하며 내가 감히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잠겼다가 실패하면 뭐 어때, 인생이 끝나는 것도 아닌데 라고 나에게 농담을 던져줬다.

행주산성 라이딩

드디어 첫번째 라이딩이다. 반포 미니스톱(다들 여길 반미니라고 부르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됐다.)에서 시작해서 행주산성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왕복 일정이었다.

1st-riding

이 전에 스탭분에게 행주산성을 갔다 오면 몇 시쯤 될 것 같냐고 물어봤었는데 오후 2시쯤이면 돌아올 것이라고 알려줬기 때문에 그리 힘든 라이딩은 아닐 것이라고 지레 판단해버렸다. 하지만 춘천까지 다 갔다 왔던 지금 돌이켜보면 이날 라이딩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그 이유는 우선 사고가 많았어서 중간에 멈췄다 가고 멈췄다 가느라 속도가 안 났고 그 덕분에 시간이 많이 지연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평소 안하던 운동을 갑자기 하려니 몸이 더욱 힘들어했던 것 같다.

내 기억으로 반미니에서 11시가 조금 넘어서 출발해서 반미니에 5시 반 즈음에 도착한 것 같은데, 객기를 부려서 집까지 또 자전거를 타고가니 6시가 넘었다. 몸이 이렇게까지 피곤한 적은 아주 오랜만이었는데, 왠지 모르겠지만 기분이 좋았다.(오랜만에 운동을 했다는 느낌때문인가) 기분 좋게 샤워를 하고 거의 바로 잠이 들었다. 기분 좋게 잠들어서인지, 격한 운동덕분인지, 자전거를 타며 스트레스가 날아가서인지 아주 오랜만에 꿈을 꾸지 않고 잠을 잘 수 있었다. 다른 사람에겐 꿈을 꾸지 않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지만 나에겐 쉽게 가질 수 없는 경험이기에 실패해도 괜찮아에 참가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몸을 일으켜 세울 때 온몸에 퍼지는 근육통에 그 생각이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역시 참가하길 잘 했다.

팔당댐 라이딩

그리고 2주차 팔당댐 라이딩하는 날이 왔다. 이번에는 반미니에서 출발해서 팔당댐을 찍고 되돌아오는 왕복 일정이었다.

2nd-riding

사실 작년에 여자친구와 팔당댐에 자전거를 타고 가본 경험이 있었기에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작년에 아이유고개에 호되게 당했던 기억이 있어서 마냥 안심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미니스톱에 들러서 중간에 힘들 때 먹으려고 하리보 젤리 한봉지를 구매했다.

그날도 10시에 반미니에서 모여서 출발했다. 처음에 많이 뒤쳐져서 따라가느라 힘들었는데 결국 다 따라잡고 나니 공포의 아이유고개가 나왔다. 맨 뒤에 있었던 나의 시야에는 점점 멀어져만 가는 사람들만 보였고, 시각적인 효과덕분인지 내 패달은 더욱 무겁게만 느껴졌다. 정말로 너무너무 힘들어서 죽을 것 같은데 눈을 들어 앞을 보니 앞에 먼저 가던 사람들은 안보이고 아직 고개의 끝은 저 멀리에 있었다. 그렇게 난 패달을 굴리는 것을 그만두고 발바닥을 패달이 아닌 지면에 붙였다.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다보니 나같은 사람을 위해 만든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공간이 있어서 그곳에 자전거를 세우고 땅바닥에 철퍼덕 앉았다.

2nd-riding_02

혼자 앉아있으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 중 대부분이 우울한 생각이었지만 그래도 다행스럽게도 마지막엔 실패해도 괜찮아 라는 이 프로젝트의 이름이 떠올랐다. 지금 아이유고개를 넘는 것에는 실패해도 괜찮다. 다시 숨을 고르고 체력을 보충하고 다시 자전거에 올라 넘어가면 된다. 이런 생각 덕분에 마음이 편해졌고 아침에 샀던 하리보가 생각나서 앉은 자리에서 하리보 한봉지를 입에 다 털어넣었다.

2nd-riding_04
갈땐 가더라도 하리보 한 봉지 정도는 괜찮잖아?

그리고 다시 자전거에 올라 조금만 가니 고개의 끝이 보였고 내려가다보니 중간에 나를 기다리고 있는 다른 사람들이 보였다. 정말 너무 반가웠다. 나중에 들으니 다들 내가 먼저 내려간줄 알았다고 했다. 하하

그 후에는 꽤 순조롭게 라이딩이 진행됐다. 그렇게 팔당에 도착해 인증샷을 찍고 점심으로 초계국수를 먹었다. 점심 후에 다시 반미니로 돌아가는 길에는 역시 아이유고개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까 그런 생각을 해서인지 실패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있었고 최선을 다해 올라갈 수 있을만한 곳 까지 올라가서 기분 좋게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올라갔다. 평소같았으면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는 것이 그렇게 기분좋지 않았을 것 같은데 말이다.

그렇게 반미니까지 돌아가서 뒤풀이를 가진다고 했는데, 마음만은 정말 가고 싶었지만 몸이 너무너무 힘들어서 그냥 난 집으로 향했다. 그날도 역시 집에 가자마자 씻고 잠이 들었고 꿈을 꾸지 않았다.

춘천 라이딩

대망의 마지막 반미니 -> 춘천 소양강 처녀동상 라이딩의 날이 왔다.

final-riding

이날은 아침 7시에 반미니에 모여서 파워젤과 음료수를 챙기고 출발했다. 120Km를 탄다고 했지만 사실 별로 체감이 안됐다. 그정도로 자전거를 많이 타본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과연 끝까지 잘 도착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일단 출발했다.

일단 날씨가 너무 좋아서 기분이 좋았다.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 컨디션도 좋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저번주에 나를 좌절시킨 아이유고개가 이번 코스에도 포함되어 있었기때문에 방심할 수는 없었다. 점점 아이유고개가 가까워질수록 걱정과 불안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그리고 패달을 계속 밟다보니 어느새 아이유고개가 바로 앞에 와있었다. 최대한 심호흡을 하고 패달을 계속 밟았다. 정말 컨디션이 좋았던지 그날은 조금 덜 힘들었다. 패달을 굴리다보니 어느새 지난주에 내가 앉아서 하리보를 먹고 있던 자리를 스쳐지나갔는데 기분이 묘했다. 그러면서 한번도 안쉬고 아이유고개를 넘고 1차 휴식 포인트에 도달했을 때 정말 기분이 좋았다. 해냈어!

그리고 정말 컨디션이 좋았는지 지난주보다 몸이 가볍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조금 여유롭게 자전거를 타며 주변 풍경도 보고 핸드폰으로 노래를 틀어서 흥얼거리기도 하며 라이딩을 즐겼다. 그래도 오르막은 여전히 힘들기는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앞서가는 1조와 천천히 가는 2조로 나눠서 갔는데 난 1조에 속해 있었다. 1조가 상대적으로 빨리가서 중간중간 쉬기도 하고 다른 길에 들어서기도 하고 그랬는데 중간에 꽃이 펴있는 꽃밭이 있던 곳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열심히 달리고 달리다보니 어느새 청평에 도착했다. 이곳은 내가 군복무를 한 지역이기도 하다. 그래서 중간에 군복무 시절 행군했던 길을 달렸던 순간이 있었는데 뭔가 옛날 생각도 나고 시간이 정말 빨리 흘러서 지금이 됐다는 생각을 했다. 시간은 정말 빠르다. 언젠가 또 이곳을 올지 모르지만 그때도 정말 시간이 빨리 흘러갔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시간이 빠르게 간다는 것은 내가 그만큼 바쁘게 살았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평의 어느 식당에서 점심으로 김치찌개를 먹고 바로 옆에 있는 카페 겸 슈퍼같은 곳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는데 너무너무너무너무 맛있었다. 거의 매일 커피를 달고사는 나지만 오늘 처럼 맛있는 커피가 또 있을까 싶을정도로 너무 행복했다. 실제로도 맛있는 커피였을지 모르겠지만 너무 좋았다. 카페인에 중독되어 다시 자전거를 탈 힘이 생겼다.

그리고 계속계속 달리고 달려서 결국 춘천에 도착했다. 🚴‍

final-riding_01

드디어 소양강 처녀동상이 보이고 이날 새벽부터 달려온, 아니 3주간 달려온 도전이 끝나는 순간이 왔다. 수없이 내가 정말 할 수 있을까 라고 나 자신을 의심했지만 결국 성공했다. 그 이유는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오글거리지만 수고했다 송윤섭씨.

외전 - 춘천에서의 1박

원래는 춘천에서 혼자 조용한 숙소에서 1박을 하려 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뒤풀이겸 같이 하자고 해서 몇몇 사람들과 같이 춘천에서 1박을 하기로 했다. 에어비앤비로 근처에 있는 아파트를 숙소로 잡았다.

중간중간 휴식을 가질때마다 초콜렛과 파워젤 등 엄청나게 먹었지만 춘천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너무너무 배가 고팠다. 그래서 그날 라이딩을 기념하듯 우리는 닭갈비, 회, 치킨을 시켜서 실컷 먹었다. 오늘은 운동했으니까 다 먹어도 돼!

좋은 사람들이랑 좋은 시간을 보냈다.

마무리

솔직히 지금 생각해보면 이 프로젝트 이름(실패해도 괜찮아)에 낚여서(?) 참가하게 된것 같다. 이 문구를 보고 나는 살면서 나에게 실패해도 괜찮다는 말을 얼마나 많이 해줬는지 생각해봤다. 쉽게 떠오르지 않는 것을 보면 나는 살면서 실패한 적이 없거나, 실패했을 때 나 자신에게 괜찮다는 말을 해준적이 없다는 것일 텐데, 후자라는 것이 명백했다. 나는 나 자신에게 너무 엄격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이제 조금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실패해도 괜찮다. 다시 하면 되니까

자전거를 오래타다보니 자전거와 삶과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자전거에서 중요한 것은 균형체력인것 같다. 균형을 잘 유지하고 탄탄한 체력을 기반으로 계속 패달만 굴리다보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전진할 수 있다. 나는 삶에도 균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써 균형만 잘 유지하면 삶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거기에 체력이 잘 받쳐준다면 그 방향에 맞게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실패해도 괜찮아에 참가하고 나서 이렇게 생각해보니 그냥 자전거를 타기만 한 것 같지는 않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많은 경험을 하게 되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역시 실패해도 괜찮아에 참가하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