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맨박스 - 토니 포터

[책] 맨박스 - 토니 포터

이 책을 읽다보니 예전에 자주 들었던 Kebee - 소년을 위로해줘라는 노래가 생각났다. 이 노래는 소년이 아저씨가 되어가며 겪는 과정들을 담은 곡인데, 어느새 아저씨가 된 내가 듣기에 하나같이 공감이 됐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도 소년에서 아저씨가 되어버린 것 같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분이 있다면 다음 노래를 먼저 들어보거나 같이 들어보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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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다움에 같이 남자들이 부제인데,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인 괜찮아 사랑이야 에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누가 그러더라. 세상에서 제일 폭력적인 말이 남자답다, 여자답다, 엄마답다, 의사답다, 학생답다, 뭐 이런 말들이라고. 다 처음 살아보는 인생이라서 서툰 건데. 그래서 안쓰러운 건데. 그래서 실수 좀 해도 되는 건데. - 괜찮아 사랑이야 -

사실 남자다움이라는 말 자체가 굉장히 차별적이고 폭력적인 말이라는 것은 어느 순간부터 잘 알고 있었다. 그 이유는 정말 웃기게도 나는 여성스럽다라는 말을 어릴때부터 가끔 들었는데 아마도 그것덕분인 것 같다. 처음에 이 말을 들었을 때는 그냥 그런가? 라고 아무렇지 않게 넘겼는데, 어느 순간 그 말은 나에게 다음과 같이 다가왔다.

넌 우리와 달라. 넌 이상해. 그러므로 넌 우리와 어울릴 수 없어.

질풍노도의 시기의 소속감이란 매우매우 중요한 것임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그런 시기에 이런 말을 들으면 나를 포함해 대부분 사람들은 소속감을 유지하기 위해 나와 비슷하게 행동할 것이라 생각한다. 더 남자답게, 더욱 여성스럽지 않게 행동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도대체 남자가 남자답다는 것이 뭐가 문제야?

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책에서는 이런 것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해준다.

맨박스는 남자가 남자다울 것을 강요한다. 남자다움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면 병신, 또라이, 고자 그리고 그중 최악인 '계집애'라는 소리를 각오해야 한다. 이런 말들이 여성에게 어떻게 들릴까? 이처럼 여성에 빗대어 남성을 비하하는 표현들은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전반적인 인식 수준을 보여준다. - 맨 박스 -

그렇다면 남자답다는 것은 무엇일까?

남자다움의 정의에 따르면 소년들은 아픔과 상처를 느낄 때 이를 부정해야만 한다. 유일하게 허락받은 감정 표현이라고 해봐야 화를 표출하는 정도다. - 맨 박스-

난 어릴 때 눈물이 많았는데, 눈물을 흘리면 부끄럽게 여겨야했고 그 때문에 감춰야했고 만약 들키면 혼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난 화를 내는 것을 싫어했고 아직도 화를 잘 내지 못한다. 난 내가 가끔 너무 감정 표현에 서툴다라는 느낌을 받는데, 이런 남자다움에 갇혀 살다보니 이렇게 된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이제라도 조금은 남자다움에서 탈출하고 싶다.

여성폭력은 명백한 인권침해다. 만약 한 집단이 다른 집단을 공격한다면 그 행위는 당연히 인권침해로 다뤄질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성 폭력 문제에 관해서만은 남성들에게 책임을 면제해준다. 이때부터 여성 폭력은 사회적 문제도 아니고 남성들의 문제도 아닌 '여성 문제'가 되고 만다. 가정폭력, 성폭력 및 여성을 표적으로 하는 모든 폭력과 학대 행위가 '여성만의 문제'로 치부되는 순간 문제의 심각성이 훼손된다. 평범하고 선한 남성들은 이 문제에 관심이 없다. 자신과 아무 상관이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 맨 박스 -

이 문제가 계속되어 온 이유는 우리같은 남성들이 행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딸들이 성인이 되기 전까지 세상이 바뀌지 않을 수도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변하는 것도 없다. - 맨 박스 -

너무나 많은 생각을 하게되는 책이지만 위에 있는 소년을 위로해줘라는 노래와 다음 영상으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아낀다.

내 친구들은 나에게 박력을 요구하고, 친밀감의 표시라며 인사로 욕을 하고, 그 모습을 보는 나도 어느 새 머릿 속에 머쓱해지는 느낌만이 - 소년을 위로해줘 -


그리고 이 책은 배경이 미국이라 조금은 와닿지 않을 수 있는데, 나름 한국 판 맨박스를 다룬 책인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 - 오찬호라는 책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