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작가가 항수를 쓴 파트리크 쥐스킨트라는 것을 알고나서 더욱 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고등학교 시절 나에게 책 읽는 재미를 알게 해준 책을 쓴 작가의 책이라니! 이 책을 왜 이제야 볼 생각을 했을까 라며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 향수에서의 섬세한 묘사와 매력적인 주인공을 기대했지만 좀머씨 이야기는 내 기대와는 조금 다른 책이라고 느꼈다.


좀머씨 이야기의 주인공은 좀머씨가 아닌 그를 종종 발견하는 작은 마을의 한 아이인데, 주인공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좀머씨를 바라보곤 한다. 사실 책이 좀머씨 이야기 이지만 주 내용은 주인공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더 많다. 그래서 왜 책 제목이 좀머씨 이야기지?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다음에 나오는 좀머씨의 한마디는 나로 하여금 그 생각이 더이상 들지 않게 해줬다.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

우박과 비가 심하게 내린 후 홀로 걸어가고 있는 좀머씨를 본 주인공의 아버지가 차에 타기를 권유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러다 죽겠어요!"

그러자 좀머씨는 갑자기 몸이 빳빳하게 굳어서 걸음을 멈추고 말한다.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

왜 좀머씨는 저런 말을 했을까? 책을 읽는 내내 생각을 했고,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생각을 했고, 지금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생각을 했다.


사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그 무렵의 내 생활은 그런 비슷한 일들로 인한 갈등의 점철이어던 것도 같다. 언제나 어떤 것은 반드시 해야만 하거나, 도리상 해야 되거나, 하지 말아야 된다거나, 차라리 이렇게 했더라면 더 나았을 것이라든가..., 언제나 나는 뭔가를 해야 된다는 강요를 받았고, 지시를 받았으며, 기대를 저버리지 말아야만 했다. ... 항상 압박감과 조바심, 언제나 시간이 부족했고, 무슨 일이든지 항상 끝마쳐야 되는 시간이 미리 정해져 있었다. 그래서 아주 가끔씩만 편안한 시간을 누릴 수 있었다.
그 무렵에는..., 하지만 나는 지금 한탄에 빠져 들면서 젊은 날의 어떤 갈등에 관한 이야기를 할 생각은 아니다.

작가는 자신이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지만 난 유독 이 부분이 눈에 더 들어왔는데, 이는 작가가 약간 반어법을 쓴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우리는 치열한 경쟁속에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사회적 압박을 받으며 살아간다. 각자 주어진 역할에 따른 행동을 하지 않으면 책에서 나오는 좀머씨 처럼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고,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상실하게 될 수도 있다. 물론 이 책이 쓰여진 시대의 독일과 지금의 한국은 많이 다르지만 왠지 비슷한 맥락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 나를 좀 제발 놔두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