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180에서의 1년
2017년 4월 13일 ab180에 입사했다.
벌써 1년이 훌쩍 지나가 버렸는데,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회사를 다닌 것 같다. 그만큼 바쁘기도 했지만 정말 재밌고 알차게 이 회사에서 보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구직기간을 그리 오래 거치지는 않았지만, 구직기간 동안 내가 가고싶은 회사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다.
내가 가고 싶은 회사
결론부터 말하자면 성장과 사람이었다.
성장
먼저 성장에는 회사의 성장도 있었지만, 개발자로서 나의 성장이 더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당시 아직 공부할 것이 많은 쪼렙 개발자였던 나는 성장에 대한 욕구가 매우매우 높았다. 그래서 여러 회사와 만날 때 마다 내가 이 회사에 입사하게 된다면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내가 얼마나 많이 성장할 수 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난 이전 회사에서 프론트엔드, 백엔드 나눌 것 없이 다 하는 이른바 Full-Stack Web 개발을 했었다. 그리고 일을 그만두고 취준 기간 동안 Connect 재단에서 운영하는 부스트캠프를 통해 iOS 앱 개발에 대해서 배웠고, 별도로 React.js
스터디를 하면서 Front-End에 대해 공부했는데, 이는 내가 막연히 개발이라는 일을 하고 싶었지만, 아직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내 스스로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개발자로서 나의 전문성을 키우고 싶었다. 그렇기 때문에 탄탄한 기술력과 그 회사만의 기술에 대해 자부심이 있는 회사에 가고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의 기술을 할 수 있는 회사에 가고 싶었다.
사람
어느 회사나 일을 혼자 하는 회사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같이 일하는 사람은 매우 중요하다. 학교에서 조별과제를 해봤다면 나의 이 생각을 충분히 공감해주리라 생각한다.
그 어떤 사람들과 같이 일하는 지는 임금, 복지, 오피스 등과는 또 다른 회사의 근무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근무환경 중 같이 일하는 사람을 내가 가고 싶은 회사의 조건으로 뽑은 것에는 매우 다양하고 복합적인 이유가 있지만 요약해서 말하자면 좋은 문화를 가지고 있는 회사에 다니기 위해서 였다.
어떤 회사의 문화는 그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로부터 만들어진다. 물론 이것이 소수 경영진으로부터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난 그런 회사는 다니고 싶지 않았다. 나는 회사의 구성원들이 회사 문화에 기여할 수 있고, 구성원들이 추구하는 가치관의 방향으로 움직이는 회사에 다니고 싶었는데 그러려면 일단 구성원들의 가치관들이 중요했다. 그렇기 때문에 난 같이 일하는 사람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어떤 사람과 일하는 가는 결국 어떤 회사에 다니는가와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일은 사람과 사람들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에서도 구성원들을 존중하고 구성원들도 회사를 존중하는 곳에서 일하고 싶었고 앞으로도 그런 사람들과 같이 일하고 싶다.
ab180은 이 두 가지를 매우 만족하고 있었다. 기술력도 좋고, 사람들도 다들 좋았다.
그렇게 난 ab180에 다니게 되었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인 ab180은 1년 동안 정말 많이 성장한 것 같다. 투자도 받고, 사람도 많아지고, 사무실도 더 넓은 곳으로 이사하고, 고객사도 많아지고, 해외 진출을 하고 있고, 사업 확장까지 하고 있으니 1년 만에 여느 회사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성장을 한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내가 시기적절하게 로켓에 올라탄 것 같다. 🚀🌕
물론 많이 성장했지만, 아직 더욱 성장할 여지가 남아있다는 점에서 정말 기대된다.
그리고 사람이 정말 많아졌는데 이젠 내가 처음 들어왔을 때보다 2배 정도가 되었다. 다들 너무 똑똑하시고 배울 것들이 많은 분들이다. 이런 사람들과 같이 일하고 있다는 것이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사람들이 더 늘어날 텐데 또 어떤 분과 같이 일하게 될지 기대가 된다.
이 글을 적다 보니 이런 의문이 들었다.
회사는 많이 성장했는데, 과연 나는 회사가 성장한 만큼 나도 성장했는가?
ab180에서 1년 동안
이번에도 결론부터 말하자면 많이 성장했다. 하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
우선 개발자로서 많은 성장을 했다.
Python을 기반으로 하는 TDD에 이제 조금 익숙해졌고, AWS의 다양한 서비스를 사용했고, AWS 기반의 인프라를 구성하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또한 Aerospike, Kafka, Druid 등 다양한 기술들을 사용해볼 수 있어서 데이터를 다루는 개발자로서 역량이 조금은 증가한 것 같다. 이제 앞으로는 Go와 Scala를 익히게 될 것 같다. 고성능을 요구하는 프로젝트에는 Go를 사용하고, Hadoop 기반의 데이터 분석을 할 때 Scala를 사용하기 위함이다. 또한, vim
을 사용하면서 뭔가 있어 보이는 개발자가 되었다.
발표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회사에서 한 프로젝트를 주제로 AWS Summit 2018 Seoul의 Speaker로 참여할 수 있었다. 살면서 내가 발표를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난 그저 회사에서 했던 것을 블로그에 적었을 뿐인데...
체계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배웠다.
나는 그전에는 무조건 자유로운 것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그 때문인지 뭔가 시스템에 맞춰서 일을 한다고 하면 굉장히 지루하고 재미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일을 해보니 체계적인 시스템이 있음으로써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우선순위에 기반하여 일의 순서를 결정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다. 이것은 내가 혼자 일하는 것에도 중요하지만 협업에도 매우 중요하다. 시스템이 잘 갖춰진다면 나쁠 것이 하나도 없다.
회고와 기록의 중요성을 배웠다.
일주일에 한 번 팀 회고를 하는데, 그전에 내가 일주일간 어떤 일을 했는지 점검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그 시간 동안 내가 일주일 동안 배운 것들이 있다면 메모해두고 궁금한 것이 있다면 다른 분들에게 물어보는데, 사실 이런 것들 하나하나가 다 배움의 과정이었다. 그리고 평소에 새로 알게 된 것이나 기록해둘 만한 것들을 Today I Learned에 저장하거나 블로그에 기록해뒀는데 정말 유용하게 쓰고 있다. 특히 블로그는 정말정말 좋은 것 같다. 블로그에 글 써서 내가 AWS Summit이라는 거대한 규모의 행사에서 발표를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블로그 하세요 다들!)
인격적으로도 성숙해지지 않았을까...?
같이 일하는 분들이 다들 멋있고 배울 점이 많은 분들이라 그런가 그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보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듣다 보면 배우는 것이 많다. 그러므로 조금 성숙해진 인간이 된 것 같다. 앞으로도 많은 분들에게 많이 배우자.
앞으로
처음에도 말했지만 이제 1년이 지났는데 정말 너무 빠르게 지났다. 아마 2년 3년 후에도 이런 글을 적고 있다면 지금과 같이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고 느꼈으면 좋겠다. 그것은 내가 아직 회사에서 지루함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으로는 당분간은 지루할 틈 없이 바쁠 예정이기 때문에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내가 작년에 구직활동을 하며 여러 회사를 만나면서 난 오래 다닐 회사에 들어가고 싶다는 말을 했던 것이 기억난다.
오래 다닐 회사에 가고싶다고 했던 내가 오래 다니고 싶은 회사에 오게되었다.
부디 이 감정이 오래오래 지속되길 바라며, 앞으로 우리 오래가자 ab180!
사실 한 달을 휴직했기 때문에 1년이라고 하기는 애매하지만... 1년 동안 수고했고 앞으로도 잘해봅시다 송윤섭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