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산티아고 - 프롤로그
퇴사 생활 4개월 차, 이제 슬슬 다시 일을 해야할까? 라는 이상한 생각들이 문득문득 떠오르는 6월이었다.
퇴사 생활 이대로 괜찮은가
대책을 마련하던 중 언젠가 들었던 산티아고 순례길이 생각났다. 약 800km를 걸어가며 말 그대로 순례하는 여행. 예전 같았으면 엄두도 못냈겠지만, 저 이상한 생각을 물리치기에 아주 효과적인 방법일 것 같았다.
평소엔 행동력 제로인 나였지만 이 순간만큼은 재빠르게 정보를 수집했고, 대략적인 일정과 코스를 파악한 뒤 바로 스카이스캐너에서 항공권을 검색했다. 지금으로부터 가장 빠른 날이면서 가장 저렴한 날을 고르고, 그로부터 약 한 달 후에 들어올 수 있는 가장 저렴한 날을 골랐다.
결제 화면으로 넘어오니 그제서야 약간의 제동이 걸렸다. 너무 갑작스럽게 결정한 것은 아닌지, 준비할 시간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고생만 하다가 오는 것은 아닌지, 별별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어떻게든 되겠지? 에라 모르겠다~!
그렇게 무지성으로 비행기 티켓을 구매했다. 17일 후의 항공권을...
원래 여행은 교통과 숙박만 정해지면 알아서 되는 것 아니겠는가? 심지어 산티아고 순례길에서의 숙박은 순례자를 위한 숙소인 알베르게를 그날그날 정하면 되기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확실하지는 않지만, 알베르게는 예약이 없고 선착순이라고 한다. 그런데 선착순으로 자리가 다 차면 어떡하지? 🤔) 그러니 교통과 숙박 걱정 없이 이제 그냥 가서 걷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출국까지 딱 일주일이 남은 지금, 긴장이나 걱정이 별로 되지 않는 것은 아직 산티아고에 간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인 것 같다. 송윤섭잘알인 내가 예상해보자면, 프랑스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뭔가 빠뜨린 것이 있어서 문제를 겪고, 순례길 첫날부터 걷는 도중 힘들어서 평소에 운동 좀 해둘 걸 이라는 생각과 포기할까 라는 생각을 번갈아 가면서 계속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잘 걷고 왔으면 좋겠다. 그냥 건강만 하자.
그저 엘리베이터 없는 5층 집을 약 5년간 오르내린 다리를 믿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