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이 노래를 처음 들었던 때가 2009년, 그러니까 고3일 때였다. 그때는 이 곡이 수록된 앨범에 있는, 그 당시 엄청 유행했던 '죽일놈'을 더 많이 들었지만. 그다음 해 말, 그러니까 20살 후반 군대 갈 즈음부터 많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내가 보려고 만든 리믹스

결론은 그거야 난 난놈이 아니었다는 걸
사회라는 조직에서 눈 밖에 난 놈이었다는 걸

다시 듣게 된 이유는 딱 이 라인이었던 것 같다. 살다 보면 내가 비범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는데, 그런 순간의 기억들을 한데 모아 압축하면 저 가사가 되지 않을까 싶다. 저 가사를 들었을 때 익숙한 패배감과 약간의 위기의식이 나에게 이제 그만 정신 차리라고 소리쳤지만, 그 이후로 내 삶이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었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슬프게도 없었다. 패배감과 위기의식은 곧 있을 군입대라는 거대한 이벤트 앞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무뎌지는 나의 칼날, 흐려지는 나의 신념

그러다 이 노래를 다시 들었을 때는 위 시점으로부터 10여 년 후, 4년 이상 다니던 회사에서 퇴사할 즈음이었다. 그 당시 난 이런저런 일들로 꽤 지쳐있어서 칼날이 무뎌지고, 신념이 흐려져도 신경 쓰지 않을 정도로 내 청춘을 방치했었다. 그렇게 퇴사를 결심하고 약 1년 정도 쉬면서 이 노래를 정말 많이 들었고 요즘도 많이 듣고 있다. 그럼에도 내 삶이 드라마틱하게 변하는 일은 슬프게도 여전히 없지만, 적어도 패배감은 덜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느낄 수 있을 만큼 빠르게 변해간다
세상은 이런 거라고 위로해보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다
서러움에 눈물 한없이 흘러내린다
돌아오지 못할 강물처럼 흘러간다
다시오지 않을 아름다운 나의 청춘

10여 년이 흘러서 다시 들은 이 곡은 이전과 사뭇 다르게 느껴졌는데, 개코와 최자의 힘을 빼서 부르는 랩이 특히 눈에 띄었다. 예전에는 '내 청춘을 이렇게 방치할 수 없다!' 라는 느낌의 곡이었다면 지금은 '그래. 이런 청춘도 있고, 저런 청춘도 있는 거지.' 라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래서 그런지 영상 막바지에는 이런 대화가 오간다.

나 또한 우리네 아버지들처럼
흐르는 시간과의 싸움에서 졌어

...

싸우지 말자
이젠 시간 흘러가는거랑 안싸우게 됐어요

저 부분이 이 글과 이 영상을 만들어 보고싶다 라고 느꼈던 순간인데, 어쩌면 나도 내 청춘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져서 그렇게 생각했나 싶다. 사실 아직도 청춘이 뭔지 모르겠지만 내가 어렴풋이 생각하는 것은 청춘은 나를 발견해 나가는 과정이지 않을까 싶다. 삶을 살아가며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등에 대해 고뇌하기도, 방황하기도 하는 그런 시기이고 어쩌면 그게 청춘이고, 어쩌면 그게 인생인가 싶기도 하다.

이 글을 쓰다 보니 언젠가 위로를 많이 받았던 김혜자 선생님의 수상소감을 공유하고 마무리하고 싶어졌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앞으로 또 느낄 수 있을 만큼 빠르게 시간이 흘러가며 내 청춘도 변해가겠지만
또 시간이 흘러서 이 노래를 다시 들었을 때 내 청춘은 어떤 모습일 지 궁금하다.